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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일반/일반문학

어느 중년여인의 슬픈사랑 이야기

by jaky7080 2013. 11. 24.

 

어느 중년 여인의 아름답고 슬픈사랑

 

 

 

중년의 나이에 짧은 기간 동안 섬광 같은 사랑을 나눈 이 후(post coltum)

수십 년의 세월동안 그 사랑만을 추억하며 살다가 육체와 정신의 모든 부분이

슬픔에 점령 당해 사랑의 식민지가 되어버린 한 여자(animal triste)의 사랑 이야기

 

모든 짐승은 교미를 끝낸 후에는 슬프다

 

움베르토에코의 장미의 이름에서 풋내기 수도사 아드소는 야생적인 소녀와의 첫 경험이 후 욕망의 허망함과 갈증의 사악함을 최초로 실감하면서 저 관용구를 상기한다.

‘post coitum animal triste’  그리고 이것이 모든 짐승의 보편적인 진실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짐승만의 특수한 진실이라는 듯이 이렇게 변역된다

섹스가 끝나면 인간은 슬프다

 

 

 

요약

그녀는 제 나이를 모른다

아마 한 백살 쯤 된 것 같다고 스스로 짐작 할 따름이다

 

희미해진 기억을 더듬으면서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렇다

 

결혼을 했고 남편과 20년을 살았으며 딸아이 하나를 키웠다

그러던 어느 날 원인 모를 발작 증세를 경험했고 그 날 이후로 질서절연하던 삶에 균열이 생겨났다. 그 때 그녀는 자문한다 만약 그날의 발작으로 내가 죽었다면 나는 내 인생에서 무엇을 놓쳤다고 생각했을까, 하고 인생에서 놓쳐서 아쉬운 것은 사람밖에 없다.

그것이 대답이었고 그 문장을 말로 꺼내 얘기하자 오래전부터 이미 나는 그 대답을 알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발작이 있은 1년 뒤에 그녀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베를린 자연사 박물관에서 일하는 그녀는 여느 때처럼 공룡 바라키오사우루스의

뼈대모형을 예배를 드리듯 쳐다보고 있을 때, 한 남자가 말을 건넨다.

아름다운 동물이군요그 녀는 마치 신탁을 받은 것처럼 마음이 흔들린다

 

이 남자는 내 존재에서 있어야 할 부분이 빠져서 떨어져 나가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인 것 같다.

그렇죠 아름다운 동물이죠그녀가 이렇게 대답했을 때 그녀의 삶에는

지금껏 들어본 적이 없는 아름다운 음악이 울려 퍼진다.

 

그날 이후로 두 남녀는 각자의 가족이 있었지만, 사랑에 빠진다

나는 사랑이 안으로 침입하는 것인지 밖으로 터져 나오는 것인지 조차도 아직

알지 못한다. 사랑은 바이러스처럼 침입해서 나를 점령해버리는 것인가

아니면 죄수처럼 갇혀 있다가 "나"라는 감옥을 뚫고 나오는 것인가 !!

자신의 경우는 후자 일 거라고 그녀는 생각한다.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 남자를 만나면서 그녀의 사랑은 자유를 얻었다

그러나 그 남자는 어느 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그날 이후로 그녀의 삶은 멈추었다.

이제 그를 기다리는 것 외에는 어떤 일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고 실천에 옮겼다.

 

그녀의 삶은 이제 다음과 같은 일들로 이루어 진다. 

그가 남기고 간 안경을 몇 년 동안 끼고 살아서 자신의 눈을 망가뜨리기

그것이 그의 곁에 머물 수 있는 마지막 가능성 이었다.

혹은 마지막으로 함께 누운 침대 시트를 빨지 않고 보관해 두었다가 가끔 꺼내서 펼쳐보기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아름다운 내 연인의 정액 흔적을 다시 보기 위해서

.......

 

중략.

 


 

중년여인의 멋이 흐를때

 

 

요즘 같은 디지털 세상에
능숙하진 못해도 컴을 다루고
태그를 써서 자신에 필력을 아름답게
컴에 담을수 있는 여인

스마트폰에 문자찾아
친구나 자식, 남편에게 정감있는 글을
전할 수 있는 여인

능숙한 솜씨는 아니래도
애마를 끌고 가고 싶은 곳 가면서
운전 못한다 소리 안듣고
여유로움이 넘치는 햄섬한 여인

짙은 화장은 아니지만
얼굴 가꿀 줄 알고 멋에 대한 감각이 있어
세련미를 풍기는 여인

 

 

보이지 않는 내면의 진솔한 삶들이

눈가에 주름실 만큼이나 골 깊은 여인 

 

몸관리 잘해서 거리에 나가도
날씬하진 않지만
퍼질대로 퍼지지 않은
중후한 몸매의 여인

 

자신을 투자 할 줄 알고
자신을 사랑하며
감성여린 마음으로 들꽃 한송이에도
소녀같이 시 한수 읊조릴 줄 아는 여인

조그만 일에도 감동하고
예쁜 꽃을 보고 아름답다고 표현하고
노을 지는 해에 넋을 놓을 줄 아는 여인

 

  

저녁 퇴근길 남편 손에 들려있는
귤 한봉지에 고마워 할 줄 알고
욕심을 비운
조그만 배려속에 피어나는 그윽한
향기의 여인

사람이 많은 곳에서
예의를 갖추며 큰소리 대신 조용한 대화로
교양이 돋보이는 여인

 

긴세월 동안 묵묵히 자신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 흔적들이 중후하게 배어나는 우아한 여인

 

요런 여인이

요즘의 멋을 아는 중년여인이 아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