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 맘 때 쯤에는 몇 번씩 전어를 먹곤 하였는데 유독 작년에만 그럴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래서였는지 올해는 9월에 들어서면서부터 자꾸만 전어의 유혹을 느끼기 시작했고, 술 한잔 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주변 음식점 간판을 살피보았었다.
전어는 집 나간 며느리도 그 냄새를 맡으면 다시 돌아온다고 할 정도로 중독성이 강한 생선이다.1년 열두달 나는 생선이지만 유독 가을 전어는 지방이 통통히 올라 식감을 자극하고, 한 번 베어 물면 입 안을 행복하게 해 주는 고소한 맛이 일품인 생선이다.
내공이 없는 일반인이 전어를 즐기는 방법에는 크게 3 가지가 있다.
뼈 째로 도톰하게 썰어 고추냉이간장이나 초장에 즐기는 방법이 첫 번째이고, 석쇠에 통째로 올려 노릇노릇하게 구워 뼈째 씹어 먹는 방법이 두 번째이고, 미나리를 비롯한 계절 야채에 초무침을 해서 즐기는 방법이 세 번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회로 먹을 때 가장 행복감을 느낀다. 적당히 배합된 초장을 듬뿍 묻혀 소주 한 잔 마시면서 몇 점의 전어회를 입 안에 넣어 씹는 맛이란 환상이다. 초장의 시큼달콤매콤한 맛의 첫 느낌이 씹을 때마다 우러나오는 고소한 전어의 뼈와 지방질이 가미되어 부드럽게 목을 타고 내려갈 때의 그 행복감이란... 마치 붕장어처럼 씹으면 씹을수록 더 고소해지는 그 맛에 참치처럼 부드러운 목넘김이 가미된 것 같은 전어는 특히 1년 중 지금이 가장 맛이 좋을 때인지라 놓치기 싫은 계절음식으로 강하게 인식되고 있다. 지방질이 많아 통통하게 살이 오른 9월 전어의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은 쉽게 뿌리칠 수 없는 유혹 덩어리인 것이다.
담백하게 구이가 당기는 날에는 석쇠에 살이 통통히 오른 전어 몇 마리를 올려 놓고 노릇노릇하게 익힌 후 소주와 함께 곁들여 먹게 되는데 이 때 굵은 소금을 뿌리면서 익혀야 제 맛이 난다. 거의 뼈째 머리만 남겨놓고 씹어 먹을 때는 중간 중간 목에 걸리는 가시 때문에 캑캑 대기도 하지만 양 손을 바쁘게 움직이면서 가시를 골라내다 보면 순식간에 석쇠 위의 전어는 자취를 감추고 만다. 특히 불 위에 올려진 가을 전어는 지방이 충분하게 올라 있기 때문에 불길과 함께 어루지면서 특유의 고소한 냄새가 지나가는 행인을 심하게 자극하게 된다. 바로 이러한 구이 냄새를 이겨내지 못하고 음식점으로 발길이 모아지는 것은 극히 당연스럽기 까지 하다.
매콤하고 달콤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침으로 즐기면 된다. 미나리, 양파, 대파를 비롯한 신선한 계절 야채를 곁들인 무침은 회를 못먹는 사람들도 쉽게 즐길 수 있다. 회를 못먹는 사람들 중에도 골뱅이무침은 즐기는 사람이 많으니까 회를 먹어본 적이 없다고 손사레를 치는 사람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다. 가을 전어는 비린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러한 무침도 못 먹는다고 한다면 함께 자리를 만든 일행들은 그 사람에게 많은 고마움을 가지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렇듯 맛있는 음식에 젓가락을 대는 경쟁자(?)가 한 명 줄어들게 되니까.